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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밤 12시에 그 문을 두드리지 마라

hmyblog5 2025. 8. 14. 23:50

나는 대학 시절, 하숙하던 집에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뒷골목 끝에 있는 낡은 4층 건물, 그 4층 복도 끝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 ‘폐문’이 있는데, 그 문을 밤 12시에 세 번 두드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를 물어보면 다들 “그냥 하지 마”라는 대답뿐이었다.

그 문은 다른 집들처럼 도어락이나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았다. 대신 짙은 갈색 페인트로 덧칠되어 있었고, 표면에는 깊게 긁힌 자국들이 가로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문 아래 틈에서는 항상 미세하게 찬 바람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학생들끼리 떠도는 도시괴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문 앞을 지날 때마다 알 수 없는 싸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스쳤다.


하숙집 친구 중 한 명이 그 문에 대해 더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
“몇 년 전에 어떤 학생이 술김에 장난으로 그 문을 두드렸다가, 그날 이후로 사라졌어. CCTV에는 그 문 앞에 서 있는 모습만 남았고, 이후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대.”

나는 웃어넘겼지만, 머릿속에는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상하게도, 금지된 행동일수록 해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일을 벌이기로 했다.


그날 밤, 시계가 11시 59분을 가리키자, 나는 핸드폰 불빛만 켠 채 4층 끝으로 향했다. 복도는 적막했고, 내 발걸음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폐문 앞에 서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손끝이 식은땀으로 젖었지만, 나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쿵. 쿵. 쿵.

마지막 세 번째 소리를 내자, 복도 끝 불빛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문 아래 틈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때 안쪽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문이 스르륵 열리며, 새까만 어둠이 나를 삼켰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낯선 복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하숙집과 닮아 있었다. 벽지는 같았지만, 색이 바랬고, 공기에는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복도 끝에는 또 다른 ‘폐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얼굴은… 나였다.

하지만 그는 눈동자가 완전히 새까맸고, 표정 하나 없이 나를 바라봤다. 천천히 입이 열렸다.
“이제 네가 여기서 지켜.”

그가 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자, 복도 끝이 무너져 내렸고, 나는 문 앞에 홀로 남았다. 문 뒤에서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속삭임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복도 저편에서 낯선 발소리가 다가왔다. 불빛 아래 나타난 건 한 손에 휴대폰을 든, 겁 없는 듯한 표정의 남학생이었다. 그는 내 앞에서 멈춰 서서 물었다.
“여기가 그 문 맞죠?”

나는 알았다. 이 순간이 내 ‘교대’의 기회라는 것을.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세 번 두드려 봐.”

남학생이 주먹을 들고 문을 두드리자, 복도 불빛이 꺼지고, 문이 열렸다. 검은 어둠 속으로 그가 빨려 들어가고, 나는 복도 반대편으로 걸어나왔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폐문 앞을 지날 때마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귀를 스쳤다.

“이제 네가 여기서 지켜.”